A.Y.A.D.
데미안 웨인은 싫어하는 것이 많았다. 그가 싫어하는 것을 목록으로 적는다면 a4용지가 5장은 넘게 필요할거라고 알프레드는 장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아무리 잘게 잘라서 요리에 섞어놔도 귀신처럼 골라내는 완두콩이라든가, 원래 있던 물건을 쓰고 난뒤 제자리에 돌려놓는 행위라든가, 아니 그전에 물건을 원래의 형체가 유지되도록 쓰는 행위라든가. 그 수많은 싫어하는 것 중에 최근에 자선파티가 포함되었다는 것은 오랫동안 데미안을 지켜본 알프레드로서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알프레드는 자선파티에 가기 싫다면서 불퉁하게 내뱉는 데미안의 말에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데미안 도련님?-몸이 안 좋아요.-오늘 아침 훈련하신다고 한대당 1억짜리 대련용 로봇을 세대나 부수신 분이 ..
#연성 키워드 - 나를 안아줄래? 이미지는 깨진 유리컵. 부드러운 느낌. 푸른 밤이었다. 요 며칠 내내 살을 에일 듯 불던 삭풍도 멎어든, 고요하고 서늘한 밤이었다. 샛노란 달무리가 골목 위로 쏟아졌다. 고담의 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한 날이었다. 제이슨은 자신이 고담을 떠난 사이 모든 고담의 빌런들이 개과천선이라도 했나, 하고 생각했다. 아니면 이건 커다란 소동 이후 찾아오는 짧고 급박한 침묵일지도 몰랐다. 고담을 떠나있었어도, 언제나 그의 고향의 소식은 건너건너 그를 찾아오고는 했기에 그 역시 최근에 이 곳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 역시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였기에 이렇게 돌아온 것이고. 고담 역시, 그의 고향답게, 마찬가지로 잠시..
아, 이런. 더러워졌잖아. 남자의 목소리는 무심하고 심드렁했다. 마치 지나가다 바짓단에 먼지가 묻은 걸 내려다볼때처럼, 이내 잊혀지고 말 약간의 짜증만을 담은 어조였다. 한없이 하찮은 일이라는 듯한 그 말투가, 제이슨에게는 마치 경멸과 혐오를 던지는 것처럼 들렸다. 제이슨은 입술을 다시 한번 깨물었다. 맞아서 찢어진 입술에서는 비린 피맛이 났다. 제이슨은 양 팔을 구속 당한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정확히는 강제로 앉혀져 있었다. 두 팔은 쇠사슬로 칭칭 감긴 채 벌려져 있어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곧 험악한 사내들이 그의 명치를 가격하고는 그가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사이에 강제로 무릎을 꿇고 앉게 만들었던 것이다. 남자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