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ㅇㄷ혼놀판에서 풀던 거 완결하고 가져옴. happily never after 라는 노래를 브금으로 깔고 싶었으나 저작권 의심 어쩌고 저쩌고가 떠서 걍 포기. 진단메이커 돌렸더니 악연/진수성찬/장난 이라는 키워드가 나와서 쓰기 시작했는데 어째선지 마구마구 길어진데다 쓰다보니 키워드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진 것이다..ㅋㅋ 비가 내렸다. 어둡고 타락한 도시 위로 내리는 비는 거무죽죽한 빛깔을 띄었다. 자욱하게 깔린 안개는 음산한 빌딩 사이를 꿈틀거리며 기어다녔다.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색깔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를 딕은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모든 것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보아왔던 것처럼 익숙했다. 몇 년만에 돌아왔는데도 조금도 변하지 않은 도시를, 딕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은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새로운 시장의 후원파티를 왜 하필 지금 하는지, 그리고 왜 자신이 끼어있어야만 하는지 제이슨 토드는 조금도 납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고담의 밤거리는 근래들어 그가 봐온 이래 가장 조용한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덕분에 시장의 지지도는 조금 더 치솟았고 시장이 이참에 다음번 선거를 준비하자고 마음먹었는데 브루스가 마침 후원해주기로 했다는 짜증나고 복잡한 인과관계는 제이슨 토드가 알바가 전혀 아니었다. 그보다는 밤거리가 조용해진 탓에 할일이 없어 몸이 둔해졌고 그 탓에 자신을 초대하러 온 딕 그레이슨의 얼굴에 펀치를 제대로 날리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 온 것이라는 추론을 더 선호했다. 제이슨은 결국 얼굴에 짜증을 잔뜩 담은 채 브루스가 연설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발코니로 도망치듯 나갔다.선선한..
문은 소리없이 열렸다. 어두운 방안에는 탁자 위의 주황빛 작은 등만이 엷게 빛을 뿌리고 있었다. 발그스름한 빛 아래에서 보이는 딕의 얼굴은 한층 더 붉었다. 자그맣게 콜록이는 기침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데미안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 소리에 딕은 얼굴을 들었다가 데미안을 보고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딕은 침대 위에서 무릎을 세워 앉은 채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다. 동그랗게 구부러진 등은 유달리 작은 느낌이었다. 딕은 다시 한번 약한 기침을 내뱉고는 가늘게 쉰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왜 온거야? -뭐긴 뭐야, 네 기침 소리가 복도까지 다 들리니까 그렇지. 데미안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딕의 침대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딕의 이마에 손을 뻗었다. 크고 두꺼운 데미안의 손은 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