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하얗게, 모든 것이 몽클몽클 이지러지는 봄날이었다. 해리는 꽤나 기분이 좋았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스하니 바랄게 뭐가 있겠는가. 덕분에 해리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가벼웠다. 비록 피터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급히 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이렇게 좋은 날에 무슨 나쁜 일로 불렀겠냐고 생각했다. 뭔가 시덥잖은 상담같은 거겠지. 피터는 언제나 그랬으니까. 누구나 인정하듯이, 유쾌하고 다정하고 착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피터의 인생에는 끝없이 불운이 일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을 잃은 것이 그 시작이라면 시작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나서도 벤 삼촌을 잃고, 공부는 잘했지만 어째 시험만 되면 지각하고, 면접일만 되면 지나가던 개한테 물리고, 버스에 치일 뻔하고,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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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슨딕의 소재 멘트는 '날 믿어줄래?', 키워드는 손톱자국. 미묘한 느낌으로 봄이었다. 제이슨은 몽롱해지는 의식의 한 구석에서도, 따스한 밤공기에서 봄의 냄새를 맡으며 안도했다. 메마른 나뭇가지 위에 점점이 피어나는 새순과 향기를 흩뿌리는 꽃송이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콘크리트의 도시에도, 봄은 찾아온다는 사실에 제이슨은 안도했다. 그러니, 이런 건 아무래도 괜찮을 것이다. 아픔에 저도 모르게 간헐적으로 헐떡이는 숨결도, 붉게 물든 옆구리와, 마찬가지로 붉게 물든 손도. 힘없이 시멘트 바닥 위로 늘어진 두 다리도. 죽음은 이미 그에게 한번 키스했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는 멍한 머리로, 자신이 예전에 한번 죽었을 때, 마지막을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떠올렸다. 그토록 강렬한 순간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