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뎀팀]질투 본문

글연성/DC

[뎀팀]질투

DayaCat 2013. 11. 21. 21:16

데미안 웨인은 싫어하는 것이 많았다. 그가 싫어하는 것을 목록으로 적는다면 a4용지가 5장은 넘게 필요할거라고 알프레드는 장담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아무리 잘게 잘라서 요리에 섞어놔도 귀신처럼 골라내는 완두콩이라든가, 원래 있던 물건을 쓰고 난뒤 제자리에 돌려놓는 행위라든가, 아니 그전에 물건을 원래의 형체가 유지되도록 쓰는 행위라든가. 그 수많은 싫어하는 것 중에 최근에 자선파티가 포함되었다는 것은 오랫동안 데미안을 지켜본 알프레드로서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알프레드는 자선파티에 가기 싫다면서 불퉁하게 내뱉는 데미안의 말에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데미안 도련님?

-몸이 안 좋아요.

-오늘 아침 훈련하신다고 한대당 1억짜리 대련용 로봇을 세대나 부수신 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요.  

-밥 먹은 게 잘못된 것 같아요.

-오늘 점심 때 팬케이크를 두 판이나 드시고도 모자라서 간식으로 시럽을 잔뜩 뿌린 와플을 드셨던 걸로 아는데요.  

-알프레드! 그냥 싫다구요!

결국 데미안은 화를 벌컥내며 알프레드에게 소리질렀다. 하지만 알프레드는 배트맨과 나이트윙과 레드후드와 레드로빈을 키워낸 사람이었다. 즉,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알프레드는 여전히 똑같은 표정으로 한마디했다.

-그렇다면 브루스 주인님께 오늘 데미안 도련님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선파티에 참석하길 거부하며 소리지르셨다고 전하겠습니다.  

장. 데미안은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결국 일어섰다. 그런 데미안에게 알프레드가 지나가듯 말을 던졌다. 그런 식으로 억지부리시는 건 14살 이후로 그만두신 줄 알았는데요. 데미안은 턱시도를 입으며 투덜댔다. 어린애같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요, 알프레드. 데미안은 보타이를 매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질리도록 듣고 있으니까.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빛의 파편을 뿌렸다. 누가 더 비싼 옷을 입었나 경쟁하듯 명품 드레스와 정장과 장신구를 걸친 남녀들이 우아하게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웨인이 주최하는 파티였기에, 브루스 웨인의 적자인 데미안이야말로 파티의 중심이 되어도 모자람이 없었지만 그는 지금 구석에서 혼자 와인을 홀짝거리고 있었다.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광고하듯이 잔뜩 찌푸려진 눈썹은 가뜩이나 사나운 인상을 더 무섭게 만들었다. 그탓에 아무도 그에게는 다가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덕분에 데미안은 홀로 서서 파티장의 한쪽을 계속해서 노려볼 수 있었다.   

-아무한테나 웃어주긴.  

데미안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팀에게 못박혀 있었다. 몸에 딱 맞는 검은색의 턱시도를 입은 팀의 모습이 그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보였다가 사라졌다. 쉴새없이 무언가를 그에게 지껄이는 사람들 틈새로 팀이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제나 자신한테는 찡그린 표정밖에 안 보여주면서. 데미안은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팀의 표정을 더듬어보았다. 화내거나, 비웃거나, 짜증내거나, 혹은... 붉어진 얼굴로 신음을 억지로 참아내거나. 물론 마지막 표정은 자신밖에 모른다는 게 데미안에게 작은 만족감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그래도 배알이 뒤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저런식으로, 상냥하고 부드럽게 웃어주다니. 그것도 웨인 그룹의 후계자라는 자리만 보고 달려드는 속물들한테.  

그때 팀의 눈이 데미안을 향했다. 멀리서 봐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분명한 데미안의 얼굴을 팀의 시선이 훑고 지나갔다. 그 순간 팀의 얼굴에 작은 조소가 아주 잠깐 스쳐가는 것을 데미안은 분명히 보았다. 즐기고 있는게 분명했다. 그래, 어젯밤에 시달린 복수라 이거지. 데미안의 입술이 비틀렸다.  

팀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였다. 고담 시의 시 의원과 지역 유지, 유명한 영화배우와 젊은 여성 CEO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들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팀은 익숙한 솜씨로 적당한 농담과 은근한 암시를 뒤섞은,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말들을 흘리며 그들을 상대했다. 물론 이따금 데미안을 흘겨봐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서있는 폼이 여전히 몸만 큰 어린애같아서 팀은 마음속으로 실소했다.  

한참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신규사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팀의 팔을 안았다. 물컹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팀은 살짝 놀라면서 옆을 돌아보았다. 아까부터 계속 팀의 말에 웃던 여성 CEO였다. 제법 미인인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팀을 바라보았다. 팀은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같이 마주 웃어주었다.

간 데미안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와인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파란 핏줄이 두드러졌다. 지금 성질같아선 당장 저 여자 목덜미를 잡아채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지만, 참아야 했다. 어제 그런 말까지 들은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는 없었다.  

 

-내 눈엔 넌 아직도 어린애야.

의 말에 데미안이 어이없다는 듯 팀을 바라보았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드레이크. 내가 지금 몇살인데. 몇살이고 나발이고가 중요한게 아니지.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야. 팀의 논리정연한 어조에 데미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뭐가 문젠데. 그러자 팀이 데미안을 노려보았다. 

-내일 자선파티있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뻔히 보이는데다가 자국 내는 그런 게 문제라는 거지.  

-넌 내 거니까, 표시하는 거야. 누가 봐도 알 수 있도록. 

-헛소리 하지마. 누가 니거야.

-그러면 왜 나한테 깔리는데?

-그거야 네 놈의 지랄맞은 성격과 나의 바다처럼 넓은 관용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결과야.  

전까지 울면서 매달리던 게 어디의 누군데 그런 소릴 하는거야. 데미안의 어이없다는 표정에도 팀은 여전히 단호한 얼굴로 다시 한번만 더 이딴 식으로 어린애처럼 질투하고 누가 니거니 내거니 하는 짓거리를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물론 데미안은 다시 한번 목덜미를 깨무는 것으로 응답했고 덕분에 데미안은 욕설을 한가득 얻어먹으며 팀의 방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밤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러니, 참아야 했다. 아무리 지금 앞에 보이는 상황이 엿같아도, 참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여자는 팀에게 거의 몸을 기대다시피 하고 있었다. 팀은 난처한 듯 웃으면서도 몸을 빼지는 않았다. 저 얼굴 치워. 데미안이 속으로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저 들이대는 얼굴 당장 치우라고. 당연하게도 그 여자한테 데미안의 마음 속 목소리가 들릴리 없었고 여전히 그 여자의 얼굴은 점점 더 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Sir, 괜찮으십니까?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데미안이 고개를 돌렸다. 고용인이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데미안은 고용인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와인잔을 마치 금방이라도 깨트릴 기세로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유리잔은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끼긱거리는 소리를 냈다. 데미안은 와인잔을 고용인에게 넘겨주면서 대답했다.

-아니, 전혀.  

 

팀은 사람들 사이로 무언가 다가오는 느낌에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시야를 가린 사람들의 형체 사이로, 무례하리만치 성큼성큼 걸어오는 누군가가 있었다. 곧 그는 팀 주변의 사람들을 밀치다시피하면서 팀의 앞에 섰다. 팀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데미안.

-당장 나와.  

-그게 무슨...!

팀이 말을 채 잇기도 전에 데미안이 팀의 팔을 잡아챘다. 어느새 자기 아버지만큼이나 키가 커버린 데미안의 강한 힘에 팀은 속수무책으로 끌려갔다. 사람들은 살짝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지켜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팀이 화를 벌컥 냈다. 어찌나 손목을 세게 잡았는지,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데미안은 여전히 팀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팀을 벽으로 밀어넣은 채 낮은 목소리로 그르렁거렸다.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무슨...!

팀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데미안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덮었다. 난폭하고 배려라고는 없이 입술을 벌리고 혀를 밀어넣어 거칠게 휘저었다. 입술이 떼어지자 팀은 숨을 헐떡거리며 데미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데미안은 곧바로 팀의 목덜미를 더듬으며 어젯밤 남겼던 자국을 다시 한번 깨물었다. 그러면서 팀의 셔츠를 거칠게 손으로 찢었다. 단추가 튿어지면서 땅바닥으로 굴러갔다. 팀은 경악하면서 데미안의 머리를 손으로 밀어내려했지만, 데미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쳤어? 누가 보면 어쩌려고...!!

-상관없어.  

그럼 네가 누구 거인지 아주 잘 알게 되겠지. 데미안의 마지막 말에 팀은 더이상 화를 낼 기운조차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젠장, 그래. 내가 미친 애새끼랑 놀아나기 시작한 게 모든 문제의 시작인거야. 팀은 눈을 감으며 나지막하게 탄식했다.  


리퀘받아서 쓴거. 뎀팀 좋아요. 쉽게 휙휙 써지는 커플. 이 글도 되게 즐겁게 그리고 빠르게 썼네요. 동시에 리퀘받은 다른 팀딕 글은 엄청 고민하면서 썼는데.

'글연성 > D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뎀&딕]첫눈  (0) 2013.12.12
[딕슨딕]의미불명 단문  (0) 2013.12.10
[딕슨딕]유리컵  (0) 2013.11.18
[딕슨]무제  (0) 2013.11.16
[딕슨딕]딕 생일 축하 연성  (0) 2013.11.1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