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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D.
말리부의 밤바다For. 육토 님마블_토니피터 인생은 고통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누가 한 말인지는 몰라도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이라고, 피터는 생각했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 밤까지, 그는 잠시도 도저히 쉴 수가 없었다. 피터가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 최근 개발 중인 제품의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기 위해 모 업체에서 부품을 오늘까지 납품받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새벽부터 업체에서 전화가 오더니 웬걸, 눈길에 트럭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제품이 죄다 파손이 되었다나?참고로 프로토 타입은 마케팅 팀이 선정한 100명의 제품 평가단에게 보내 제품 성능을 테스트할 예정이었다. 오늘 부품이 제때 도착하기만 했으면 차질 없이 돌아갔을 텐데, 하필이면 눈이 와서!! 피터는 그 순간 이 하늘에 대고 나한..
어른은 어른답게for. 동해 님스타트렉_커크술루 일이 마침내 이렇게까지 되었을 때― 제임스 T. 커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히카루 술루는 보기와는 다르다. 그는 겸허한 태도로―이 말이 적절한지는 커크 스스로도 의문을 가졌지만―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니까, 지금. 고장 난 샤워실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커피를 뒤집어쓴 채로 갇혀 있는 지금 바로 이때, 커크는 자신이 술루에게 된통 당했다고 깨달았다. 히카루 술루의 첫인상으로 말할 것 같으면, 딱히 별 인상 없었다는 게 솔직한 말이겠다. 일등 항해사가 될 정도니 똘똘한 것이야 당연지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함께 있어보니 이따금 허술한 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체로 빠릿빠릿하니 잘했다. 뭐 그 정도야 어디까지나 예상 안이었다. 책상물림일 ..
유호가 그 집에 살기로 결정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위치가 그의 직장과 가까웠고, 낡았지만 따스한 물이 잘 나왔고 근처에 시장이 있어 이것저것 물건을 사러가기가 편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얄팍한 지갑사정이 가까스로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월세를 받았다는 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파트의 좁고 가파른 계단은 빛이 잘 들지 않아서 낮에도 온통 어두컴컴했다. 천장에 하나밖에 없는 전구는 늘 금방이라도 꺼질듯이 파들파들 떨리는 빛을 냈다. 구름에 가려진 달빛처럼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그 빛을 따라 발을 헛디디지 않으러 안간힘을 쓰며 걸어올라가면, 좁다란 문과 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복도가 나왔다. 복도의 담장 너머로는 언제나 한데 어둠으로 뭉친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작은 창문과 문이 벽지의 무늬..
새로운 왕의 취임식이 끝나고 이어진 것은 요새는 보기 힘든 규모의 무도회였다. 왕의 등극을 축하하는 자리인만큼, 저 먼 나라에서 실어온 희귀한 식재료며, 가격을 안다면 분명 입이 떡 벌어질만한 화려한 온갖 장식들. 나라에서 제일가는 음악가가 신왕을 위하여 새로이 작곡했다는 음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런 무도회라면, 이 나라에서 귀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자로서는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다. 덕분에 여느 무도회라면 볼수 없는 면면들- 가난한 귀족, 괴팍한 귀족, 추문이 도는 귀족, 그리고- 서로 얼굴을 보는 것조차 증오하는 귀족들도,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응당 이 거대한 무도회의 중심이 되어야 할 소년은 혼자 발코니에 나와있었다. 금발의 소년은 이 나라의 둘째 가는 실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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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킥애스님(@kickass_man) 피터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온 뉴욕의 공기는 차갑고 시려 손가락 끝이 발갛게 얼어있었다. “올 때가 됐는데...” 피터는 언 볼을 언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곧 플래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었다. 베티에게 전화가 온 것은 이틀 전이었다. 담담하지만 어딘가 젖어있는 목소리로, 베티는 플래시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피터는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플래시도 베티도, 둘 다 그의 오래되고 소중한 친구였으므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대강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 플래시가 군인인 탓에 오래 헤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베티가 불평한 것이라든가, 혹은 베티와 플래시 사이..
토니피터 회사원 AU는 2017.1.7 디페스타에서 이라는 이름의 회지로 나올 예정입니다.블로그의 연재분은 1, 2화를 제외하고 비공개처리됩니다. 수량조사 폼 > naver.me/GZ7vkD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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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끊길 만큼 술을 마시고 나니 다음날 낯선 사람이 옆에 있는 것,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누군가 피터에게 물었다면 당연히 피터는 코웃음을 치며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도대체 언젯적 클리셰냐고, 요즘은 홈비디오용 로맨스 영화에도 그런건 안나온다고, 아주 신랄하게. 로맨스 영화에서야 맨날 그런 일이 일어나지만 솔직히 살면서 정말 그럴 일이 얼마나 있겠냐고,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면 누군가랑 섹스하기보다는 그냥 잠들어버리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어제까지의 피터는,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머리를 누군가 돌로 짓누르는 고통이 피터의 잠을 깨웠다. 눈꺼풀은 아직도 너무도 무거웠지만 이 고통을 그대로 견뎌내기도 어려운 것이라,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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