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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D.
"맛있어?"팀의 목소리에 제이슨이 고개를 들었다. 팀은 식탁 위로 고개를 괸 채 제이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샐러드에는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제이슨은 먹던 빵을 내려 놓고 퉁명스럽게 물었다."너는 왜 안 먹냐?""그냥, 입맛이 없어서.""그럼 시키지를 말 것이지. 하여간에 부자놈들은 안된다니까."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너랑 밥먹는거."제이슨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는 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빵을 다시 집어드는 폼이 진심인 것 같지는 않았다. 팀은 쓰게 웃었다. 예전엔 제이슨이 이런 사람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제이슨은 팀의 미소를 무어라 해석한건지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 도대체 뭣 때문에 날 부른거야?""친..
-내 로빈이 돼라, 토드. -하? 제이슨은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평소와 똑같은 밤이었다. 레드후드로서의 활동을 마치고 세이프 하우스로 돌아가려는 길목이었다. 일찌감치 브루스하고 뱃케이브로 돌아간 줄 알았던 데미안이 불쑥 제이슨의 앞에 나타나서 다짜고짜 설명도 없이 헛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한 데미안은 당당한 얼굴로, 언제나 그랬듯이 목을 꼿꼿이 든 채 다시 한 번 똑같은 말을 또박또박 반복했다. -내 로빈이 되라고. -무슨 그게 브루스 농담따먹기 하는 소리야? 제이슨의 표정은 얼토당토 않는 소리는 집어치우라는 의사표시를 확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아까보다 좀더 찡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조금만 더 성질을 건드리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신호였다...
제이슨은 연미복의 보타이가 불편한지 자꾸 끄트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데미안이 그런 제이슨에게 이런 옷 처음 입어 보냐? 하고 이죽거리자 딕이 그의 머리를 꽁하고 꿀밤을 한대 때렸다. 평소라면 제이슨도 인상을 쓰며 어디서 꼬맹이가 기어오르냐고 살벌하게 대꾸했겠지만 지금 그는 그런데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그는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한테 말이라도 걸까봐 잔뜩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화려한 샹들리에의 불빛이 은식기에서 반사되어 반짝였다. 참석한 손님들은 물론이거니와 돌아다니는 급사들의 모습까지 고급스럽고 우아해보였다. 작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이 파티장 내에 마치 향기처럼 떠돌았다. 웨인 기업이 주최하는 자선 파티이니 이 정도 수준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제이슨은 이 모든 게 낯설었다. 딕이나 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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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お前の世界 너의 세계 이츠XkyonX이츠 from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그는 나와 다르다. 당연한 사실이다. 그와 나는 당연히 똑같을 수 없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억의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나와 똑같을 수 없다. 만약 도플갱어라는 게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녀석과 나의 살아온 과정은 일치하지 않을거고 겪어온 사람들도 다를테니 똑같다고는 결코 말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나의 유일성은 결코 언제나 훼손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 아니,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려는 게 아니다. 나도 그 녀석의 영향을 받았나 보다. 좀 있으면 그럴듯한 심리학적 지식을 동원해대서 언뜻 들으면 유식해보이는 추리를 해댈지도 모른다. ...그건 좀 싫군. 하여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는 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
신경쓰였다. 그의 소매에서 풀린 실오라기 하나가 무척이나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피터는 고개를 흔들며,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에, 굳이 그 상대방의 옷의 결함을 지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나 이처럼 사소한 것에- 그럴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쓰였다. 피터 길럼은 빌 헤이든의 옷소매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시선을 일부러 다른 곳에 고정했다. 빌은 느긋하게 웃으면서, 이번에 꼬시기로 마음먹은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무부의 줄리아가 관심이 있어보이더라고. 조금만 더 하면 거의 넘어올 것 같아. 그는 이미 커피를 다 마시고 담배 연기를 허공으로 내뿜고 있었다. 낮은 흑백톤의 공기속에서 하얀 연기가 힘없이 스러졌다...
12.貴方に行く道 너에게로 가는 길 지금은 여름이었다. 샛노란 오후 2시의 햇살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후끈후끈하게 햇빛에 데워진 공기는 달뜬 숨을 들이쉴 때마다 호흡을 방해했다. 끈적끈적하게 땀에 젖어 머리카락이 자꾸 달라붙는 이마에 손등으로 땀을 훔쳤다. -더워. 내가 맨 처음 내뱉은 한마디였다. 정말로 덥고 덥고 또 더워서 정신이 금방이라도 나가버릴듯, 시야가 몽롱해진다. 이대로 있다간 어디선가 나풀나풀 신기루라도 보일 것만 같아서, 다시 한번 축축 처지는 몸을 애써 옮긴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중얼거렸다. -더워. 여름이 싫다던 그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까? 오늘 아침만 해도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아보였다. 대원들의 아침훈련-나야 그때도 땡땡이 치고 있었지만서도-에도 유달리 기운차게 목검을 휘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