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단어 : 영원 문장 : 눈이 내리는 밤에 너를 생각해. 분위기 : 위태롭게 외줄타기 하듯 밤은 길었다. 지평선 위로 어둠과 함께 눈이 내렸다. 맷은 아주 오랫동안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흰 눈송이 위로 침묵이 덧씌워지며 천천히 침몰하는 소리를, 맷은 들었다. 밤은 길었고,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눈이 오면 돌아오겠노라고 해놓고선,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늦었다. 사람들은 그가 자기 장례식에도 늦게 나타날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니까, 맷은 기다릴 수 있었다. 밤은 길다. 맷은 기다릴 수 있다. 영원처럼 이어지는 밤과,그 속에서 홀로 걸어올 너를. 자꾸 다리가 눈에 잠겼다. 걸음을 뗄 때마다 푹푹,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발 밑의 눈이..
헤어지자고, 피터는 말했다. 그가 그 말을 한것은 이번이 열한번째였다. 항상 그랬다. 높은 목소리가 한참이나 오가고 자존심과 오기 그 어디의 무엇인가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할 때쯤이면, 피터는 언제나 그랬다. 지금처럼, 물기에 흠뻑 젖은 속눈썹을 깜박이며. 손등 위로 투둑투둑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며. 헤어져요, 라고. 싸움의 시작은 사소했다. 언제나처럼, 별것 아닌 것들이 일으킨 작은 마찰이 자존심이라는 연료를 만나 불꽃으로 타올랐을 뿐이었다. 한참동안 서로에게 모진 소리를 했다. 그때쯤 되면, 처음 계기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지기 마련이다. 피터가 분을 못 이겨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졌을 때, 맷은 그것에 화를 내면서도 본인도 비슷하게 행동했다. 그러고나면 ..
피터는 언제나 토니의 곁으로 되돌아오고는 했다. 그것은 떠남의 개념을 몸에 익혀 늘 바람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철새의 움직임과도 비슷했다. 토니는 익숙한 바람이 불때쯤이면 생각하곤 했다. 피터를 이제 볼 수 있겠구나, 라고. 피터가 언제나 되돌아온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언제나 떠난다는 것이기도 했다. 토니는 피터가 못 견뎌하는 것이 자신의 끝없는 바람기인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술버릇인지, 아니면 나이라곤 먹지 않는 성격 때문인 것인지 궁금해했다. 어쩌면, 그 셋 모두일지도. 피터가 떠날 때는 언제나 비슷했다. 나지막한 한숨을 바람에 흘리며 피터는 그 길고 투명한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갈색 눈동자 위로 마찬가지로 갈색인 눈썹이 가볍게 떨리다가, 피터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안녕, 토니. 언젠가 또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