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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바람의 방향 본문

글연성/조각글

[토니피터]바람의 방향

DayaCat 2015. 3. 15. 20:48

피터는 언제나 토니의 곁으로 되돌아오고는 했다. 그것은 떠남의 개념을 몸에 익혀 늘 바람 냄새를 묻히고 다니는 철새의 움직임과도 비슷했다. 토니는 익숙한 바람이 불때쯤이면 생각하곤 했다. 피터를 이제 볼 수 있겠구나, 라고.
피터가 언제나 되돌아온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언제나 떠난다는 것이기도 했다. 토니는 피터가 못 견뎌하는 것이 자신의 끝없는 바람기인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술버릇인지, 아니면 나이라곤 먹지 않는 성격 때문인 것인지 궁금해했다. 어쩌면, 그 셋 모두일지도. 피터가 떠날 때는 언제나 비슷했다. 나지막한 한숨을 바람에 흘리며 피터는 그 길고 투명한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갈색 눈동자 위로 마찬가지로 갈색인 눈썹이 가볍게 떨리다가, 피터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안녕, 토니. 언젠가 또 다음에 볼 수도 있겠죠. 토니는 그럼 붙잡지 않았다. 그래, 안녕.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느 쪽인지, 피터인지, 혹은 자신인지.

피터가 함께 있는 순간은 그의 인생에서 지극히 짧았기에, 토니는 이따금 그 시간들이 꿈과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모든 시간들이 지독하게 불안하다는 것일테다. 차라리 진짜 꿈이였다면 그대로 모든 것에 몸을 맡겼겠지만, 꿈이 아니기에 그는 끝없이 의심했다. 꿈이면 어쩌지, 라는 의미없는 걱정을 품으며. 


피터의 들뜬 체온이 자신의 손을 감쌀 때 토니는 도망가고 싶어졌다. 피터가 장난처럼 그에게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대디, 라고 부를 때면 그는 귀를 막고 싶어졌다. 피터가 있을 때마다 토니는 자기 자신이 어딘가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몸이 텅 비어 껍데기만 남아 피터가 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지워지는 감각에 그는 한없이 행복하고 불안했다. 그는 그래서 일부러 술을 마시고 일부러 여자를 만났다. 피터는 어차피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라고 말하면서도 굳이 상처받은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토니는 아주 오랫동안 빈자리를 바라보곤 했다. 언젠가 피터가 흐르는 바람처럼 돌아와 다시 그 자리를 스쳐지나가기를, 기다리곤 했다. 마침내 피터가 다시금 돌아왔을 때면, 토니는 그저 웃었다.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얼굴을 하고서, 조금은 지친 낯색인 피터를 마주보면서. 


아마도 그는 다시 또 지독하게 불안해질 것이다. 피터가 곁에 있는 순간순간이 괴로워질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피터를 상처주고, 피터는 또 떠나고... 그리고, 또 돌아오고. 빙글빙글 지구 위를 도는 편서풍이 결국엔 같은 자리에 도달하듯이, 그들은 계속해서.. 마주치고, 헤어지고, 그렇게 반복할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트친분이 던져주신 문장으로 시작한 조각글. 개인적인 캐해석과 조금 다르게 써진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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