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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피터]눈은 내리고 밤은 깊어 세상은 움직이지 않네 본문

글연성/조각글

[맷피터]눈은 내리고 밤은 깊어 세상은 움직이지 않네

DayaCat 2015. 7. 8. 21:34

단어 : 영원 문장 : 눈이 내리는 밤에 너를 생각해. 분위기 : 위태롭게 외줄타기 하듯


밤은 길었다. 지평선 위로 어둠과 함께 눈이 내렸다. 맷은 아주 오랫동안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흰 눈송이 위로 침묵이 덧씌워지며 천천히 침몰하는 소리를, 맷은 들었다. 밤은 길었고,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눈이 오면 돌아오겠노라고 해놓고선,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는 언제나 늦었다. 사람들은 그가 자기 장례식에도 늦게 나타날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그러니까, 맷은 기다릴 수 있었다. 밤은 길다. 맷은 기다릴 수 있다. 영원처럼 이어지는 밤과,그 속에서 홀로 걸어올 너를.

자꾸 다리가 눈에 잠겼다. 걸음을 뗄 때마다 푹푹,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발 밑의 눈이 깊숙히 패이며 자국을 만들었다. 모자 아래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이미 눈에 젖었다가, 얼었다가, 또다시 눈이 내려앉아 이젠 서리거인의 수염마냥 하얗게 얼어있었다. 흐르는 눈발 속에서 그가 하아, 하고 낮은 한숨을 내뱉을 때마다 몽글거리는 숨결이 하얗게 흩어졌다. 돌아가기로 했는데. 피터는 머나먼 어둠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떠나지 말걸 그랬어. 해묵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후회였다. 너무 자주 말하다 보니 입에 붙어버린 말이었다. 하지만 피터는 알았다. 어차피 돌아가더라도 자신은 다시 떠날 것임을. 그리고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님을.

견딜 수 없는 것은 누구였나. 가끔 피터는 그런 생각을 했다. 떠나가는 자신인가, 아니면 붙잡지 않는 맷인가? 함께 있어줘, 맷이 그 한마디만 했더라면 자신은 머물렀을 것이다. 그리고 맷 또한, 피터가 함께 가자, 라고 한 마디만 했더라면, 분명 같이 떠났을 것이다. 둘 다 알면서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손을 뻗기만 하면 되는데, 뻗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 그들은 마주보면서 미소지었다. 잘 가, 피터. 맷의 인사에 피터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눈이 오면 돌아올게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러자 맷이 찬찬히 대답했다. 기다릴게.

밤은 깊고 깊어 언제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눈은 어둠 위로 흠집을 내며 멈추지 않고 내렸다. 발갛게 언 볼 위로 눈 녹은 물이 미끄러지며 턱 끝에 매달렸다. 피터는 계속, 계속 걸었다. 맷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함께하지 않기 위해서, 피터를 다시 떠나보내기 위해서. 밤의 시간이 그들을 파묻기 전에, 피터는 맷을 만나러 갈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가 필요하므로. 피터는 계속해서 걸었다. 어디선가 불빛이 보인 것도 같았다.






진단메이커 돌려서 나온 키워드로 짧고 간단하게. 제목은 아무 의미없습니다. 내용도 별 의미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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