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제이슨의 생일을 알았을 때 딕의 첫 소감은 왠지 그럴 것 같았다, 라는 거였다. 8월 16일, 여름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작은 갓난아기가 커서 제이슨이 되는 것을 딕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폭력적이기까지한 여름의 따가운 햇살과 제이슨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딕은 제이슨의 짧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감싸쥐며 얼굴을 묻었다. 바싹 마른 햇볕의 냄새가 났다. 제이슨은 여름에 태어난 아이답지 않게 여름을 땀 난다며 싫어했지만-아마도 그 헬멧 때문이겠지-딕은 여름의 제이슨을 사랑했다. 사실은 모든 계절의 제이슨을 사랑했다. 그러니, 축하해주고 싶었다. 네가 태어난 것을. 그러기에 내가 행복하니까. -생일 축하해, 제이슨. -뭐야. 제이슨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딕을 바라보았다. 쑥스럽다면 쑥스럽다고 말해,..
너에게 키스했다. 메마르고 버석이는 입술이었다. 너는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흔들리는 시선을 다시 내리깔았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너의 까만 속눈썹이 촉촉하게 젖어 빛을 반사했다. 나는 다시 한번 너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는 피하지 않았다. 언젠가 함께 보았던 밤바다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네가 입술을 연다. 나는 그 모든 너의 움직임을 눈으로 집요하게 좇는다. -너는 항상 새벽과 함께 왔었지. 너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게 울린다. 그다지 높지 않은 허스키한 음색 가운데 언듯 소년의 흔적이 스쳐가곤 하는 너의 목소리를 나는 항상 좋아했었다. 맞아, 나는 그랬었다.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새벽은 너의 체온과 맞닿아 흘러갔다. 너의 체온은 나의 것보다 조금 ..
"맛있어?"팀의 목소리에 제이슨이 고개를 들었다. 팀은 식탁 위로 고개를 괸 채 제이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샐러드에는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제이슨은 먹던 빵을 내려 놓고 퉁명스럽게 물었다."너는 왜 안 먹냐?""그냥, 입맛이 없어서.""그럼 시키지를 말 것이지. 하여간에 부자놈들은 안된다니까."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너랑 밥먹는거."제이슨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는 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빵을 다시 집어드는 폼이 진심인 것 같지는 않았다. 팀은 쓰게 웃었다. 예전엔 제이슨이 이런 사람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제이슨은 팀의 미소를 무어라 해석한건지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 도대체 뭣 때문에 날 부른거야?""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