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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피터]갈대밭을 걷다 본문

글연성/조각글

[플래시피터]갈대밭을 걷다

DayaCat 2015. 1. 18. 23:30

 바람이 계속, 계속 불었다. 갈대밭 한가운데서 플래시는 눈썹을 한껏 찡그리며 걸어갔다. 갈대를 짓이기는 군화의 감촉은 오늘따라 딱딱하고 무거웠다. 헬멧의 끈이 턱에 단단히 고정되지 못하고 자꾸 바람따라 피부에 부딪쳤으나, 그의 두 손은 이미 무거운 장총을 들고있었으므로, 헬멧을 고쳐쓸 여유는 없었다. 사막에도 강이 있어 그 옆으로 갈대가 잔뜩 자랐다. 노란 지평선 위로 강과 네모낳고 조그만 사람의 집, 갈대밭말곤 없었다. 그의 상관은 이 주위를 순찰해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본래 이곳은 공터나 마찬가지였던 듯, 사람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거기다 이미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떠났다. 그것은 플래시의 나라가 사막의 도시와 마을에 폭탄을 쏟아붓고 난 뒤의 일이었다. 플래시는 계속해서 걸었다. 허벅지에 닿을만큼 높게 자란 갈대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 위로 햇살이, 그저 햇살뿐인 하늘이 있었다. 플래시는 뉴욕의 하늘을 떠올렸다. 언젠가 코니 아일랜드의 해변에서, 바라보았던 하늘이 저랬던 것도 같았다. 그때 그는 어렸고 누군가의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플래시는 문득 멈춰섰다. 누군가가 급히 뛰어가기라도 한듯 갈대가 여기저기 꺾여있었다. 갈대밭을 죽 가로지른 흔적을 플래시는 유심히 보다가 문득 허리를 숙였다. 작은 나무인형이 떨어져있었다. 누군가 떨어트린것같았다. 플래시는 그것을 주웠다. 투박한 나뭇결에 손때가 묻어있었다. 그는, 예전에도 이렇게 누군가의 물건을 주운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부쉈다. 플래시는 나무인형을 가만히 보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더이상 누군가의 증오의 대상이 되고싶진 않으니까. 그러면서 플래시는 장총을 다시 들어올렸다. 먼데서 텅빈 사람의 마을이 보였다.  





지하철 중앙선이 하도 안와서 트위터에다 휘갈겨 쓴 조각글. 요즘 젠킬을 봤더니 군인 플래시가 보고 싶어져서 썼습니다. 그나저나 내가 쓰는 글은 다 거기서 거기인것같은 느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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