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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연성/조각글

[맷피터]조각글 모음

DayaCat 2016. 7. 28. 21:53


#봄

피터에게서 따스한 냄새가 났다. 맷은 몸 위로 훅 끼쳐오는 온기에 고개를 들었다. 이제 왔어? 피터가 웃으면서 맷의 목에 팔을 둘렀다. 피터의 몸은 햇빛의 온도만큼 따끈따끈했다. 오늘은 밖에 오래 있었나 보네. 맷은 피터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으며 속삭였다. 햇빛에 오랫동안 구워진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폭신폭신했다. 피터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아요, 오늘은 하루 종일 밖에 있었어요. 센트럴 파크를 계속 돌아다녔거든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실내에 있고 싶지가 않았어요. 속살거리는 피터의 목소리마다 더운 숨결이 맷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그러게, 온갖 냄새가 나. 맷은 여전히 피터에게 머리를 묻은 채 중얼거렸다. 오후의 햇살을 반사하는 잔디의 냄새, 아직 꽃봉오리인데도 진한 향을 뿌리는 금목서와 이름모를 들꽃의 향기. 바람따라 물결이 흔들리는 호수의 냄새, 자그마한 들짐승이 달려가는 냄새. 희미한 도시의 배기가스와 커피와 서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 그리고, 그 모든 따스함. 맷은 피터의 몸을 좀더 힘주어 안았다. 햇빛에 따끈따끈하게 달궈진 몸이 그대로 맷의 피부 위에 겹쳐왔다. 봄이 왔구나. 맷이 속삭였다.


#어두운 밤

맷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가늘게 떨어지는 빗방울, 혹은 움츠리는 나뭇잎의 떨림. 가느다랗게 대기를 건드리는 호흡. 나직하게 빗소리 위로 겹쳐지는 심장소리. 맷은 손을 뻗었다. 손끝에 빗방울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미지근하게 들떠 미끄러졌다. 피터가 웃었다. 맷은 피터의 근육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소리를 들었다. 피터의 몸이 삐걱거리며 톱니바퀴를 어떻게든 돌리려고 애쓰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기억한다. 어두운 밤을. 지독한 침묵은 소리를 삼키기보다는 오히려 키운다.


#짧은 대화

알아요, 맷? 전 사랑이 이렇게 외로운 건줄, 정말 몰랐어요.

알았더라면, 시작하지 않았을텐데. 소년의 목소리가 부스러지는 것을 들으며 맷은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 피터. 그런 건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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