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뎀슨뎀]Blue dawn 본문

글연성/DC

[뎀슨뎀]Blue dawn

DayaCat 2014. 4. 8. 22:05

뎀슨의 소재 멘트는 '잠깐 쉬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키워드는 파란새벽. 평범한 느낌으로.

*

 어슴푸레한 빛이 천천히 어두운 하늘을 물들였다. 새벽의 공기는 옅푸르게 젖어있었다. 데미안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이미 쓰러진 강도의 머리를 발로 툭, 쳐서 제대로 기절했는지 확인했다. 강도는 미동조차 없었다. 데미안은 몸을 돌렸다. 그는 그리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토드.

-여어.

제이슨 토드는 마치 찡그리듯이 웃으면서 데미안 웨인에게 인사했다.

 고담의 밤은 어둠 속에서 시끄럽게 반짝였다. 그러나 고담의 새벽은, 고요하고 가라앉아있었다. 밤새도록 일어나는 소동과 요란함마저도 새벽이 되면 모두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주위를 가득 메운 침묵 속에서, 데미안은 빌딩 위에 주저앉은 채 제이슨에게 말을 던졌다. 데미안의 앳된 목소리가 새벽의 젖은 물기 속에서 먹먹하게 잠겼다. 

-고담에 돌아온 줄은 몰랐는데.

-내가 너랑 브루스한테 일일이 보고해야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내용은 사뭇 거칠었지만 어조 자체는 가벼웠다. 데미안은 딱히 거기에 화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입을 다물었다. 제이슨은 어느새 붉은 헬멧을 벗은 상태였다. 새까만 머리칼 속에서 하얗게 삐져나온 새치가 바람조차 불지 않는 새벽공기 속에서 흔들렸다. 곧 그의 푸른 눈동자가 데미안을 향했다.

-그러는 넌, 꼬맹이, 이 시간까지 웬일로 혼자냐?

-그냥, 어쩌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나있었어.

-브루스는 어쩌고?

-아버지는 바쁘셔.

 데미안은 짧게 대답했다. 더이상의 설명을 거부하는 듯 단단히 다문 입매를 보며 제이슨은 피식 웃었다. 데미안의 파란 눈동자가 기분 나쁜듯이 찌푸려졌다. 그 모습마저도 브루스를 닮아있어 제이슨은 다시 한번, 쓴웃음을 지었다. 제이슨은 손에 들린 담배를 한모금 빨아들였다. 발갛고 동그란 불꽃이 제이슨의 들숨을 따라 반짝였다. 곧이어, 피어나는 하얀 연기 속에서, 제이슨은 말했다.

-그렇게 애쓸 필요는 없어.

 제이슨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데미안은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하얗고 몽클거리는 연기 속에서 제이슨의 옆선이 흐릿하게 번졌다. 다만 탁한 푸른색의 눈동자만이, 선명하게 도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도시를. 그러나 동시에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그는 보고 있었다. 그것과 함께 그 역시도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데미안은 어쩐지 초조해져서, 정리되지 않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무슨 말이야?

 제이슨이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미소도 혹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평온하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까지 너를 증명할 필요는 없어.

 데미안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제이슨은 곧 고개를 다시 돌렸다. 데미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떠올렸다. 아직도 유리관 속에 보관되어있는 그의 낡은 코스튬을. 오래 전, 그 코스튬을 입고 고담 위를 날아다녔을 한 소년을. 그리고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증명해내려 애쓰던 소년을.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난 네가 아니야, 토드.

 그러니까, 난, 너처럼은 되지 않아.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하는 데미안을, 제이슨은 흘긋 돌아보았다. 겨울바다처럼, 탁하고 연한 푸른 색의 눈동자 위로, 오래된 고통이 잠깐 스쳐지나가는 것을, 데미안은 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제이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래, 하고 짧게 대답하며 담뱃재를 털었다. 불꽃에 이그러져 까맣게 변한 재들이 바람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하지만, 잠깐 쉬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퉁명스러운, 데미안의 말에 제이슨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피식하고 웃었다. 그래. 데미안도 고개를 돌려 제이슨이 바라보는 곳을 시선을 향했다. 막연한 불안도 지울 수 없는 외로움도, 모두 다 뒤로 한 채 하늘의 끄트머리가 천천히 밝아지며 도시가 깨어나는 것을 그들은 바라보았다.




요즘의 쵱컾은 뎀슨. 데미안도 슨이도 자신의 위치에 대해서 내내 불안해하고 그래서 자신을 더욱 증명하고 싶어했고 그래서 오히려 빨리 죽은 그런 공통점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로서의 데미안과 슨이 커플이 좋네요ㅋㅋㅋ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