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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딕]첫눈 본문

글연성/DC

[뎀&딕]첫눈

DayaCat 2013. 12. 12. 17:38

-눈이다.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낮게 숨죽인 목소리에는 작은 경탄이 묻어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것에 대한 신기함, 한없이 아름답고 연약한 것에게 드는 조심스러움이 녹아난 목소리였다. 그의 동그란 파란 눈동자는 허공 위를 떠다니는 작은 눈조각을 바쁘게 쫓아다녔다. 그러고보니 데미안은 사막에서 왔었지. 딕은 새삼스레 데미안의 고향을 상기했다. 뜨겁고 메마른 모래바람이 부는 곳에서 차갑고 축축한 눈이라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딕은 처음으로 눈을 맞이하는 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빙그레 웃으며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매끄럽고 단단한 유리창에 데미안은 얼굴을 붙이다시피 가까이 댔다. 어두운 진회색 하늘 아래로, 새하얀 눈송이들이 마치 춤을 추듯 너울거렸다.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눈송이는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나?

그 말에 딕은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 눈송이에는 떨어져 내린다기보다는 흩어지며 공기 속을 떠다닌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니까. 특히나 이런 실내에선, 차갑게 살을 에이는 눈섞인 바람도 없으니. 언제나 평온한 수족관 속의 세계처럼, 저 창문 밖의 눈은 조용하게 침묵하며 허공을 메우고 있을 뿐. 딕은 아무 말 없이 데미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데미안은 살짝 움찔하는 것 같았지만 곧 다시 눈을 밖으로 돌렸다. 어느새 눈은 지붕 위로, 나뭇가지 위로, 갈색 흙 위로 소복하게 쌓이고 있었다.  

-우리, 나갈까? 

딕의 말에 데미안이 동그랗고 파란 눈동자로 딕을 빤히 쳐다보았다. 딕은 다시 데미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만져보고 싶지 않아?

데미안이 한참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딕은 웃으면서 알프레드에게 가자며 데미안의 손을 잡아끌었다. 나가기 전에 준비해야지. 안 그러면 다 젖어버리거든. 다 젖어? 왜? 으음, 눈은 얼음이라서, 결국엔 다 녹아버리거든. 흐음, 하며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막내동생을 보며 딕은 다시 한번 미소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속삭였다.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 네가 언제나 너의 첫눈을, 이 순간을 기억해준다면 나는 정말 기쁠것같아.

 


 오늘 눈이 펑펑 와서 써본 단문. 데미안은 사막 출신이니 눈같은 건 한번도 본적이 없었겠죠. 어쨌든 데미안과 딕의 조합도 좋아요. 얘네들은 큰형과 막내동생이라는 관계만으로도 너무 좋아서 굳이 호모기믹을 끼얹고 싶지 않은 애들이기도 하네요. 사실 내가 데미안만한 막내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딕의 입장에 감정이입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래서.. 어쨌든 그래서 뎀&딕으로 표시했어요. 아, 그렇다고 얘네들 커플링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째선지 글로는 한번도 써본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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