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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연성/DC

[팀슨팀]Brother

DayaCat 2013. 8. 3. 16:44

"맛있어?"

팀의 목소리에 제이슨이 고개를 들었다. 팀은 식탁 위로 고개를 괸 채 제이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 놓인 샐러드에는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제이슨은 먹던 빵을 내려 놓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너는 왜 안 먹냐?"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럼 시키지를 말 것이지. 하여간에 부자놈들은 안된다니까."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너랑 밥먹는거."

제이슨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주제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는 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빵을 다시 집어드는 폼이 진심인 것 같지는 않았다. 팀은 쓰게 웃었다. 예전엔 제이슨이 이런 사람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제이슨은 팀의 미소를 무어라 해석한건지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 도대체 뭣 때문에 날 부른거야?"

"친해지려고."

팀의 말에 제이슨은 잠시 말을 멈추다가, 눈을 크게 떴다 다시 찡그리다가, 뭐라 말하려다 빵조각이 목에 걸려서 캑캑거리다 물 한잔을 단숨에 마신 다음 마치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도대체 무슨 게이같은 소리야. 너 그러고보니 콘이랑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이 있던데..."

"내 성적지향성의 문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다른 모든 게이들을 모욕하는 소리는 하지 말아줄래?"

거 새끼 더럽게 딱딱거리네. 제이슨은 투덜거렸다. 어쨌든 맞는 말이니 제이슨은 이렇다 할 항변도 못한 채 그냥 구역질난다는 시늉만을 할 뿐이었다. 팀은 눈을 살풋 가늘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모든 로빈들이 그러했듯이, 그도 새까만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다운 골격은 제이슨만의 것이었다. 딕은 버드나무처럼 탄탄하지만 탄력적인 대신 물리적인 파괴력은 부족한 몸이었고 팀은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그의 몸은 얇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달랐다. 그의 몸은 브루스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우람했고 탄탄했다. 거기다 사납게 치켜올라간 눈매와 남자다운 턱선까지 합쳐져 위험한 대형 맹수의 분위기가 풍겼다. 물론 지금은 어울리지도 않게 빵 부스러기를 입가에 묻힌 채 토하는 시늉을 하고 있지만. 팀은 우아한 몸짓으로 냅킨을 접으며 말했다. 

"어쨌든 너도 나를 로빈으로 인정했으니, 나도 널 형제로 인정했거든. 이제 그러면 서로 알아가야 하지 않겠어?"

"헛소리 하지마. 난 인정한 적 없어."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나를 죽이려 들지 않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잖아."

"죽이면 귀찮아질까봐 안 죽이는 거야."

"멍청한 놈들처럼 뻔히 속 다 보이는데 부인하는 건 그만둬."

팀의 날카로운 말에 제이슨은 입을 다물었다. 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팀을 인정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를 습격했지만- 결국 많은 일이 있은 다음 그는 팀을 자신을 대체할 만한 로빈으로 인정했다. 그랬기에 그는 팀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의 가슴팍에서 R만 떼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이 당사자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건 다른 문제지. 제이슨은 조금 억울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그냥 그때 죽여버릴 걸 그랬나, 하는 작은 후회와 함께.  

"어쨌든 그러니까, 나도 너와 친해지고 싶어, 제이슨. 일단은 형제니까."

"나는 그 집 나온지 오래됐어. 죽었다 살아나니까 제일 좋은 점이 그거더라고. 더 이상 그 빌어먹을 곳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말이야."

제이슨의 말에는 날이 잔뜩 서 있었다. 제이슨은 굳이 불쾌한 표정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의 새파란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며 팀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팀은 태연했다.  

"나도 그 집 이제 나올까 해서. 이제 데미안도 있잖아."

팀의 말에 제이슨의 표정이 기묘하게 바뀌었다. 그는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훑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다 그의 표정이 순간 동정으로 바뀐 것을 팀은 목격했다. 제이슨 역시 최근에 데미안한테 습격당한 전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제이슨은 한 번이었지 팀은 아주 볼때마다 박터지게 싸워댄다는 것을 제이슨도 건너건너 들은 바가 있었다.  

"데미안 놈이 짜증나긴 하지.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형제들끼리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 아니야?"

"...너 외동아들이지."

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은 짧게 혀를 찼다. 그 역시 외동아들이긴 했지만 그는 뒷골목에서 자랐기에 주위의 친구들과 거의 형제처럼 지냈었다. 실제로도 bro, 라고 불렀던 관계였고 덕분에 제이슨은 형제관계에 대해서 잘 알았다. 물론 팀에게도 딕이나 데미안이 있긴 했지만 정상적인 형제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딕은 형보다는 우상이었고 데미안은..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쨌든 그 말은 팀은 한번도 제대로 된 진짜 형제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말이었다. 제이슨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너의 '진짜' 형제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니, 조금은 눈물겨운 이야기인걸. 좋아,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좋은 걸 가르쳐 주지."

제이슨이 키득거리며 손가락을 들었다. 팀의 눈동자가 자기도 모르게 그 곳을 향했다.  

"하나, 진짜 형제들은 존나게 싸워대. 둘, 마구잡이로 싸워대도, 그러다가도 아무데서나 불쑥불쑥 뜬금없는 이야기를 던져도 괜찮은 게 형제야. 셋,그러니 이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려고 굳이 식당을 잡거나 하지 않아."

그 말에 팀의 표정이 어리둥절하게 바뀌었다. 그렇단 말이야?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듯한 표정이어서 제이슨은 피식 웃어버렸다. 팀이 반문했다.

"그렇다면 넌 왜 여기 온거야?" 

"그냥, 너한테 밥 한번 얻어먹으려고."

"그래?"

"그래."

제이슨은 가볍게 대답한 다음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잘 먹었어, 팀. 오늘 대화에서 제이슨이 처음으로 팀의 이름을 부른 것이었다. 팀은 살짝 당황해서 눈을 크게 떴다. 제이슨은 의자를 밀어넣고 걸어가려다가 잠깐 멈춰서서 고개를 살짝 돌렸다.

"혹시라도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와도 돼."

그리고 그대로 제이슨은 몸을 그대로 돌려서 식당을 빠져나갔다. 팀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이게 형제, 라는 건가?"


그냥 팀이랑 슨이가 이야기하는 걸 쓰고 싶어서. 딱히 이렇다할 커플링이 들어간 글은 아니지만 일단 팀하고 슨이 둘이 나오니까 걍 팀슨팀으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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