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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슨뎀]Be My Robin 본문

글연성/DC

[뎀슨뎀]Be My Robin

DayaCat 2013. 7. 29. 06:56

-내 로빈이 돼라, 토드.

-하?

제이슨은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평소와 똑같은 밤이었다. 레드후드로서의 활동을 마치고 세이프 하우스로 돌아가려는 길목이었다. 일찌감치 브루스하고 뱃케이브로 돌아간 줄 알았던 데미안이 불쑥 제이슨의 앞에 나타나서 다짜고짜 설명도 없이 헛소리를 내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한 데미안은 당당한 얼굴로, 언제나 그랬듯이 목을 꼿꼿이 든 채 다시 한 번 똑같은 말을 또박또박 반복했다.

-내 로빈이 되라고.

-무슨 그게 브루스 농담따먹기 하는 소리야?

제이슨의 표정은 얼토당토 않는 소리는 집어치우라는 의사표시를 확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아까보다 좀더 찡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조금만 더 성질을 건드리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데미안의 자신만만한 태도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너한테도 좋은 거야, 토드. 언젠가 내가 배트맨이 될테니 미리 그 자리를 선점하는 거라고.

-아니, 난 그런 선점 필요도 없는 데다가 네가 배트맨이 된다는 확신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제이슨이 혀를 찼다. 이제 그의 표정은 진심으로 데미안을 동정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데미안이 어디서 과대망상증이나 허언증 같은 거에 걸려서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노골적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제이슨의 태도에 데미안도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왜 하필이면 나야? 너 딕하고 사이좋잖아. 딕한테 이야기해보지 그래.

-그레이슨은 나이트윙 일 계속 해야하니까. 블뤼드헤븐을 지킬 사람도 필요하잖아?

-팀.

-드레이크 새끼는 언젠가 내가 죽여버릴거야.

-그래서 나밖에 안 남았다?

-응.

제이슨은 데미안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브루스와 꼭 닮은 파란색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설마, 진심인건가. 제이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안 될말이었다. 데미안이 열살 꼬맹이인 것도 문제지만 그는 두번 다시 배트맨의 로빈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짧게 흔들었다.

-미안하지만 다른 데 가서 알아봐. 난 사양할게.

-왜, 너한테도 나쁠 거 없잖아! 난 너한테 두번째 기회를 주는 거라고!

제이슨의 몸이 잠시 멈칫했다. 데미안은 무어라 더 말하려다 제이슨의 눈을 보고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제이슨의 새파란 눈동자가 데미안을 향하고 있었다. 그 눈길 속에는 정제되지 않은 해묵은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제이슨의 데미안의 턱을 잡았다. 10살 어린아이의 부드럽고 자그마한 턱은 제이슨의 큰 손에는 너무도 작아보였다. 그는 데미안의 눈을 보며,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실어, 나지막하게 말했다.

-난 실패하지 않았으니 두번째 기회는 필요없어.

데미안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다만 제이슨의 눈을 가만히 노려보았을 뿐이었다. 제이슨은 그런 데미안을 내려다보다가 잡았던 턱을 놓고 그대로 몸을 돌려 어두운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 데미안은 제이슨이 있던 자리를 한참동안 노려보았다. 그러다 제이슨이 손으로 잡았던, 붉게 그의 손자국이 남아있는 턱을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화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미 화나게 해버린 건 어쩔수없나. 데미안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왠지 저 건방진 토드 때문에 고민하는 게 기분나빠져서 갑자기 짜증이 치솟았다. 흥, 어차피 좋은 거 줘도 못 받아먹는 놈! 데미안은 괜히 씩씩거리며 애꿎은 땅바닥만 발로 찼다.

 

데미안과 제이슨의 조합도 제법 좋아요. 그냥 제이슨한테 거만하게 내 로빈이 되라고 말하는 데미안이 보고싶어서 쓴 글. 요즘 자꾸 조각글만 생산해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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