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연령반전 뎀슨]첫만남 본문

글연성/DC

[연령반전 뎀슨]첫만남

DayaCat 2013. 9. 28. 03:40

데미안은 제이슨을 처음 봤던 그 순간을 기억했다. 그는 그날 따라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다. 물론 아침에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절인 청어가 식사로 나왔으며, 게임기를 켜보니 팀이 자기 기록을 추월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학교 숙제가 산더미같이 쌓이는 바람에 오늘은 브루스와 팀만이 패트롤을 돌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는 이런 짜증이 불합리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짜증을 더 돋구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자기 앞에 선 이 꾀죄죄하고 빼빼 마른, 그런 주제에 사람을 쏘아보는 이 꼬맹이는 도대체 뭐냐고. 데미안은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아버지, 브루스를 노려보았다. 브루스는 꼬맹이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며 그의 이름을 소개했다.  

-이 아이는 제이슨 토드.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살거다. 제이슨, 이 쪽은 데미안 웨인. 내 첫째 아들이지.

-또 양자입니까? 자선사업도 적당히 하셔야죠, 아버지.

데미안이 짜증난다는 듯 혀를 찼다. 제이슨의 눈빛이 좀더 사나워진 것도 같았지만, 어차피 이런 꼬맹이의 기분에 일일이 신경써줄 이유가 없었다. 브루스는 엄격한 얼굴로 데미안을 보았지만 데미안은 건방진 태도로 팔짱을 낀 채 그대로 브루스의 눈빛을 받아내었다. 그도 이제 16살이었고 아버지의 모든 것을 멋있다고 생각할 시기는 지난 지 오래였다. 사생아이긴 해도 적자인 자기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데 팀을 양자로 들인 것도 기분이 나쁜데, 여기에다 또 다른 양자라니. 거기다가 이 꼬맹이는...

-넌 도대체 어디 뒷골목에서 굴러먹던 놈이냐?

-데미안.

브루스가 경고하듯이 데미안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데미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기사 어디든 뭔 상관이야. 이 동네 뒷골목은 다 엉망진창인데. 너는 뭐 때문에 여기 온 거야? 너희 부모는 어디 갔어? 마약이라도 하러 갔냐?

-데미안!!

브루스가 데미안의 이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불렀다. 데미안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브루스가 한숨을 얕게 내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제이슨도 고아다. 그리고 이제 내 아들이기도 하니 네가 많이 도와줘야 해.

그리고는 데미안과 제이슨에게 악수를 하도록 시켰다. 데미안은 짜증이 계속해서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지만 억지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제이슨은 미동도 않고 데미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데미안이 민망하게 내밀어진 손 때문에 화를 내려고 할때쯤이었다. 제이슨이 마치 씹어 내뱉듯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마약 중독자 자식새끼랑 악수하려고?  

-뭐?

데미안이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제이슨은 데미안을 차갑게 노려보고는 여전히 내밀어져 있는 데미안의 손을 거칠게 내쳤다. 그리고 누가 붙잡을 새도 없이 그대로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뛰어 나갔다. 데미안은 얼얼한 손을 감싸쥐며 브루스가 제이슨의 이름을 부르며 그를 뒤쫓아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브루스는 낮은 한숨을 쉬며 이마를 감싸쥐었다.갈길이 멀군. 그는 엄한 목소리로 데미안에게 말했다.

-사과해라, 데미안.

-싫어요.

-네가 잘못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텐데.

브루스의 말에 데미안은 입을 삐죽였다. 브루스는 제이슨이 뛰어나간 방향을 말없이 가리켰다. 데미안은 호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입이 댓발이 튀어나온 채 짐짓 발을 구르며 나갔다.  

 

 

-이 자식은 어디로 숨어버린 거야?  

데미안은 투덜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알프레드의 말로는 정원으로 뛰쳐나갔다고 했는데, 웨인 저택의 정원은 보통 넓은 곳이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울타리처럼 잘 다듬어진 관목과 열을 지어 서있는 키 큰 침엽수 사이로 숨어버렸을 작은 소년은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다. 데미안은 자그만 돌을 툭툭 발끝으로 차면서 정원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밝았던 하늘은 어느새 주황빛 노을에 물들기 시작했다. 푸른 빛깔 하늘 아래로 붉게 빛을 반사하는 깃털구름이 넓은 정원 너머로 펼쳐졌다. 얼굴 가득 쏟아지는 햇빛에 데미안은 가늘게 눈을 떴다. 석양을 등져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실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있군. 데미안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곧 푸르고 넓은 플라타너스 이파리 사이로 말간 작은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도 브루스의 것과 꼭 닮은 새파란 눈동자가 데미안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데미안은 혀를 차며, 그를 불렀다.  

-어이.

그는 소년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소개받았던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제임스 토드였는지, 제이든 테드였는지. 데미안은 어쩐지 무안한 기분과 함께 그가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빌며,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이봐.

-난 이봐가 아니야. 내 이름 몰라? 

툭 내던지듯 흘러나온 그의 대답에 데미안은 다시 한번 무안함을 느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더럽게 눈치좋은 녀석일세. 데미안은 머쓱한 기색을 지우려는 듯 괜히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어쨌든 난 너한테 할 말이 있다고.

-뭔데? 브루스가 시켰어?

하는 말마다 핵심을 찌르는 제이슨의 말에 데미안은 허를 찔린 표정을 지었다가 애써 침착을 되찾았다. 그는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더할 나위없이 익숙한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 땅꼬마. 내 아버지는 상관없어. 어쨌든 내가 너한테 결례를 저질렀으니 그걸 사과하려 온거야. 너의 부모님에 대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생각보다 부드러운 데미안의 말에 제이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느샌가 바람이 그들 사이에 불고 있었다. 푸른 잎이 흔들리면서 제이슨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사라졌다. 하얗고 조그만 얼굴에 언뜻 붉은 햇빛이 한줄기 비친 것도 같았다. 제이슨은 입술을 앙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은 흠, 하고 만족스러운 듯 얕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 손을 뻗었다.

-이제 내려와.

제이슨은 도움은 필요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휘저었지만, 여전히 내밀어져 있는 데미안의 두 손을 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슨이 몸을 숙이자 어른만큼이나 큼직한 데미안의 손이 작은 제이슨의 손을 감싸쥐었다. 제이슨의 몸이 나뭇가지에서 데미안의 품으로 이동하자 가지가 소리를 내며 흔들거렸다. 데미안은 제이슨을 안아들고 땅에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데미안이 허리를 쭉 펴며 중얼거렸다. 이제 돌아갈까. 제이슨은 아무 말 없이 데미안의 뒤를 따랐다. 주홍빛 땅 위로 크고 작은 두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그 위로 대화가 두런두런 이어졌다.  

 

-너, 내 이름은 알아?

-데미안 웨인이잖아. 넌 내 이름 알아?

-너라고 부르지 마. 데미안 님이라고 불러라.

-그게 뭐야. 완전 유치하다. 

-난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불렸던 사람이야.

-누군지 몰라도 널 그렇게 부르다니 되게 웃긴 놈이다.

-너도 아직 배울 게 많겠구만.  

 

데미안이 피식, 하고 웃었다. 제이슨도 낮게 피식 웃어버렸다. 나지막한, 높고 낮은 웃음소리가 뒤섞여 노을 위로 천천히 번졌다. 알프레드가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먼데서 들렸다. 그들은 함께 저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뭔가 장편으로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뒤에 어떻게 이을지 줄거리를 까먹어버림..ㅋㅋㅋㅋㅋ아 나 레알 멍청이인듯. 어쨌든 한창 사춘기 시절의 데미안을 써보고 싶었어요. 잘 된 것 같진 않지만..ㅋ

'글연성 > D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뱃슨]아이스크림  (0) 2013.10.16
[연령반전 뎀팀]언쟁  (0) 2013.10.10
[딕슨]구속  (4) 2013.09.19
[딕슨딕]happily ever after  (0) 2013.09.08
[딕슨딕]담배  (0) 2013.09.0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