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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반전 뎀팀]언쟁 본문

글연성/DC

[연령반전 뎀팀]언쟁

DayaCat 2013. 10. 10. 18:04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정기 주주 총회는 성공리에 끝났다. 오랜만에 그룹의 최대주주인 데미안 웨인과 회장인 팀 웨인까지 참석한 회의인지라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간 회의기도 했다. 복잡하고 긴 회의가 끝나면 그들은 오늘을 위해 빌린 최고급 레스토랑에 안내되어 간단한 오찬을 즐길 예정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진 회의가 끝나고 마침내 오찬이 시작되었다. 붉고 싱싱한 장미와 하얀 안개꽃이라는 고전적인 조합으로 꾸며진 테이블 세팅이 돋보였다. 중앙에는 데미안 웨인이, 바로 그 옆자리에는 팀 웨인이 앉았다. 이윽고 모든 이들의 착석이 끝나고 데미안은 간단하게 건배를 제의했다. 그최고급 샴페인의 공기방울이 그가 들어올린 잔 속에서 노랗게 퐁퐁 터지고 있었다.

사람들도 함께 잔을 올리며 건배를 외쳤다. 그 와중에서 팀은 혼자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데미안은 눈을 살짝 힐끔거렸지만 곧 고개를 돌렸다. 즉, 무시했다.

대화를 주로 이끌어가는 것은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은 아직 젊었지만 웨인 가의 장남답게 사람을 짓누르는 위압감이 있었다. 그는 말수가 그리 많은 편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그가 한마디 던질 때면 언제나 핵심을 찔렀다. 그리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넘기는 것도 데미안이었다. 평소에 이런 역할을 수행하던 이는 팀이었지만, 그는 오늘 웬일인지 무척이나 조용했다.

신선한 애피타이저 다음에는 메인 디쉬의 차례였다. 최고급 송아지의 등심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던 스테이크가 사람들 앞에 놓여졌다. 사람들의 의례적인 칭찬이 잠시 이어지고, 화제는 어느샌가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새로운 사업으로 옮겨갔다. 말을 꺼낸 것은 대주주 중 한 명이었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웨인 가에서 새로이 식물 공학 쪽으로 투자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사실인가요?

-글쎄요, 저도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군요.

데미안은 가볍게 대답을 회피했다. 그때 팀이 불쑥 끼어들었다.

-식물 공학은 커다란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죠. 웨인 엔터프라이즈에서는 이미 생명 공학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식물 공학 역시 투자대상 중 하나죠. 저희에겐 많은 플랜이 있고 식물 공학 또한 그 중 하나가 될겁니다.

데미안이 팀을 돌아보았다. 팀은 대리석처럼 매끄럽고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냐는 듯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데미안은 팀을 노려보며 경고의 눈빛을 보냈지만, 팀은 데미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연구소 건립이나 그런 건 어찌...

-말 그대로, 그저 계획의 하나일 뿐입니다.

데미안이 주주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다시 팀이 끼어들었다.

-글쎄요, 일단 회사의 실무를 맡고 있는 제 입장에서 보자면 조금 다릅니다. 이미 저번에 그 건에 관한 보고서가 올라왔었죠.

데미안이 분노한 눈빛으로 팀을 노려보았다. 갈때까지 가보자는 건가. 팀은 차갑게 웃었다. 데미안은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좋아, 가보자고. 그도 싸늘하게 마주 웃었다.

-단순히 보고서가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 그렇게 기정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요. 주식을 보유한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자그마한 소문 하나에도 일희일비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회사에서 승인이 된 프로젝트조차 엎어지는 게 허다한 마당에 이런 식으로 확실치도 않은 정보를 흘리는 건 회장으로서의 무책임한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회사 내부의 프로젝트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도 적당치는 않은 일처럼 보이는데요.

-글쎄요, 제가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사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만.

-현 회장을 앞에 두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화기애애했던 식사자리가 냉랭하게 얼어붙고 있었다. 이미 팀과 데미안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창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둘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우아한 몸짓으로 스테이크를 썰었고 냅킨을 접어 입가를 닦고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한 조각의 결례도 엿보이지 않는 완벽한 동작이었지만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서서히 인신공격으로 변질되어가기 시작한 공방을 누구 하나 선뜻 말리려는 사람이 없었다. 웨인 엔터프라이즈에서 두번째로 높은 위치인 루시우스 폭스는 그 둘을 멈추는 중책을 자신에게 맡기려는 다른 이들의 무언의 압박을 느끼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때 갑자기 팀이 고개를 루시우스 폭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미스터 폭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애시당초 이미 회사 경영에 손을 뗀 사람이 이런 데 출석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 말입니다.

-네? 저, 전...

-미스터 폭스도 최대주주가 출석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엔 동의할 겁니다, 그렇죠?

폭스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데미안이 받아치며 폭스에게 동의를 구했다. 폭스는 무어라 말해야할지도 모른 채 쩔쩔맸지만 그 전에 이미 팀이 다시 데미안에게 반박했다.

-최대주주라는 명목으로 회사 내정을 간섭하고 뒤흔들려고 드는 것도 문제가 있는 거죠, 미스터 폭스?

-현 회장이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그렇게 신경쓰지 않을텐데요, 그렇지 않나요, 미스터 폭스?

그냥 니들끼리 이야기해!!! 폭스는 귀를 막고 당장이라도 그렇게 소리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미 자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는데 말끝마다 꼬박꼬박 미스터 폭스를 붙이는 바람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이제 폭스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기대에서 측은지심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지막 기대를 접어버린 사람들은 다만 이 끔찍하게 긴 식사시간이 끝나기만을 빌었다.

그날 식사 후 쉐프는 사람들이 음식을 죄다 남긴 것을 보고 자신의 요리가 맛이 없었냐며 웨이터를 붙잡고 황급히 물었다고 한다.

 

 

-큭..!

데미안이 팀의 멱살을 잡아채더니 그대로 거칠게 벽으로 밀쳤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팀의 등이 벽에 부딪쳤다. 데미안은 팀의 멱살을 단단히 쥐어잡은 채 그의 얼굴 가까이에서 낮게 으르릉거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야.

-왜, 나는 그러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팀은 멱살이 잡혀 헐떡거리면서도 차갑게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대꾸했다. 데미안의 눈에 분노가 파랗게 일렁였다. 그는 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팀의 고개가 저절로 꺾이며 올라가 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데미안이 낮은, 분노를 애써 꾹꾹 눌러담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이유를 말해.

-이유? 그냥 네가 하는 짓거리가 맘에 안 들어서.

팀은 여전히 비웃는 듯한 웃음을 입가에 띠고 있었다. 데미안은 반항적인 팀의 눈을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갑자기 알겠다는 듯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아하, 이제 알겠군. 드레이크, 너 어제 그 일 때문에 삐진 거지?

-헛소리 하지마. 내가 그런 거에 신경쓸 것 같아?

팀은 냉랭하게 대꾸했지만 순간 눈이 흔들린 것을 데미안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은근하게 바뀌어 있었다. 데미안은 피식 웃으면서 팀의 귓가에 속삭였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라고 했잖아.

-말했었다고! 몇번이나, 계속!

팀이 마침내 평정을 잃고 날카롭게 외쳤다. 단정한 이마 위로 흩어진 검은 머리카락, 분노와 짜증으로 파랗게 빛나는 눈. 흥분으로 붉게 달아오른 하얀 뺨. 흐트러진 옷깃. 데미안은 웃었다.

-어쩌겠어. 네가 싫어할수록 나는 흥분하는 걸.

-변태새끼....

팀이 욕설을 중얼거렸다. 데미안은 킥킥거리면서 팀의 입술을 깨물었다. 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데미안의 손은 어느새 팀의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데미안의 입술은 팀의 입술을 한참을 지분거리다가 서서히 밑으로 내려와 목덜미를 훑었다. 간질거리는 감촉에 팀은 움찔거리며 몸을 데미안에게서 뺐다. 하지만 곧 데미안이 팀의 손목을 단단하게 잡아챘다.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데미안은 팀에게 경고했다.

-도망갈 생각은 마.

-개새끼....

팀은 다시 한번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거 맘에 들어. 다시 한번 말해봐, 드레이크. 꺼져, 변태색마새끼야. 데미안은 피식거리며 팀의 가슴에 입맞췄다. 그거 무서운걸, 드레이크. 너무 무서워서 흥분할 지경이야. 빌어먹을 새끼, 넌 언젠가 내가 죽이고 말거야. 팀이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데미안은 여전히 웃음기를 얼굴에 지우지 않은 채 팀의 유두를 핥으며 속삭였다. 그래, 일단 오늘 나한테 깔리고 난 다음에 말이야. 팀은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결국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밤이 되겠구나. 팀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대로 눈을 감았다.   


뎀팀은 연령반전 버전만 쓰게 되는 듯.. 내 안의 페도 데미안이 쓰러지지 않아서인가봄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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