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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피터/연재]맷피터 환생 AU - 1.19세기(1) 본문

글연성/[마블]맷피터 환생 AU

[맷피터/연재]맷피터 환생 AU - 1.19세기(1)

DayaCat 2015. 8. 12. 21:57

1.19세기(1)


마차가 덜컹거렸다. 깨진 보도블럭 위를 지날 때마다 마차는 아래 위로 파도라도 치듯이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실크햇도 포마드를 바른 머리 위로 미끄러졌다. 맷은 세번째로 실크햇을 고쳐썼다. 맷의 앞에 앉은 남자는 조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은, 지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가 지름길이어서요." 질이 좋지 않은 동네를 지나가게 된 변명을 남자는 늘어놓았다. 미국과 자동차라는 발명품에 대해서 삼십여분째 지껄인 뒤에야 내놓은 말이었다. 밀폐된 마차 안의 공기에는 남자의 향수 냄새로 온통 가득했다. 맷은 창문을 잠깐 열어도 되겠냐고 질문했다. 남자는 선뜻 그러라고 했다. 문을 열자마자 안개가 한층 요란해진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남자는 곧 이번에 보러갈 오페라의 가수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투란도트 역을 맡은 가수가 크리스틴 로베르랍니다.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무려 5년 동안 프리마돈나였다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같은 세상에 5년씩이나 프리마돈나 하기가 쉽겠습니까... 남자는 질리지도 않고 또다시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맷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오페라 공연에 초대한 것은 칭찬할만 했지만, 고작 그정도였다. 맷은 지금 이토록 지루한 남자와 함께 있어야 할 이유를 조금도 찾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떠나야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언제나 그에게 시간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넘치는 것이었다. 지나치게 넘치고 헤퍼서 가끔은 누군가에게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맷은 나오려는 하품을 참으며 밖을 바라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맷은 '볼' 수 있었다. 흐릿하게 떠도는 안개와 그 속에 섞인 매캐한 매연의 냄새. 그리고 온갖 사람들의 발소리, 말소리, 그리고 심장소리.... 규칙적이고 요란하게 도시가 굴러가는 감각. 그 톱니바퀴 중 하나를 그들은 지나고 있었다. 맷은 남자의 말을 한귀로 흘려들으며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


맷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맷은 자기도 모르게 창문 밖으로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남자가 깜짝 놀라는 기척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심장소리. 두근, 두근.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맷은 황급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니, 그럴 때가 아니었다. 마차부터 멈춰야 했다. 맷은 마부에게 소리쳤다. "멈춰요!!" 남자가 당혹스러워하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맷은 대답 대신 마차가 멈추자마자 문을 열었다. 그는 지팡이를 쥐고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문을 열며 남자를 향해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말했다. "오페라는 다음으로 미루지요. 그때는 좀 덜 유명한 프리마돈나가 있는 공연이 좋을 것 같군요." 그러고는 맷은 그대로 광장의 인파 속으로 몸을 던졌다.  

광장의 한가운데에 맷은 서 있었다. 웨스트엔드의 지저분한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빠른 보폭으로 제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맷은 그 가운데서 당황하며 두리번거렸다. 그가 심장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히 이 근처였다. 맷은 필사적으로 모든 감각을 동원했다. 시력을 잃은 뒤 인간의 몇배나 예민해진 감각이었다. 그는 곧 아주 가느다란, 그리고 익숙한 리듬을 찾아냈다. 여기서 서쪽, 킹스 크로스 방면으로 가는 거리 입구쯤이었다. 맷은 뛰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신사는 뛰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 시대의 인간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맷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또다시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그는 커피 노점 앞에 서 있었다. 맷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을 때, 그는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커피를 떨어트릴 뻔 했다. 다행스럽게도 커피는 몇방울 흘리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신사를 올려다보았다. "저, Sir, 죄송한데 무슨...?" 17살, 혹은 18살은 되었을법한 남자아이의 목소리. 그 순간 맷은 거의 주저앉을 뻔 했다. 이 목소리는 틀림없었다. 맷이 찾고 있던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그였다. 그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은 심장고동의 소리, 음색은 조금씩 달라져도 언제 어디서 들어도 알 수 있는 목소리, 그리고 매연과 땀냄새에 묻혔어도 선명하게 풍기는, 그 냄새. 무엇보다도 걷잡을 수 없이 뛰고 있는 맷의 심장이 그 증거였다. 그는 자신의 눈이 멀었을 때, 다시 그를 찾을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지금, 이렇게 맷의 앞에 실재하는, 그가 있었다. 


"Sir, 혹시 용건이 있으시다면..."


소년의 목소리가 맷의 정신을 흔들어 깨웠다. 맷의 정신은 급작스레 흥분상태에서 현실로 붙들려 돌아왔다. 그가 앞에 있다. 그래서, 뭐? 이 소년은 자신이 맷이 찾던 '그'라는 것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며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맷은, 이미 몇번의 경험을 통하여 자신은 그에게 가까이 가지 않을 수록 좋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소년은 맷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맷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더듬거렸다. "나, 난..." "혹시, 처음이에요?" 불쑥 소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맷의 머리가 멍해졌다. 소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그것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는 흐응, 하고 살짝 가늘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난 또, 뭔가 했네. 전 조금 비싸요. 전 메리 앤 같은 애들이 아니거든요. 손하고 입, 그 두개밖에 안해줄거예요. 어디보자, 입은 1 파운드, 손은 반 기니예요." 맷은 이제 소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지금껏 한번도 이런 식으로 '그'를 만난 적은 없었는데, 소년은 여전히 맷이 대답하지 않자 눈을 살짝 치켜떴다. "거참, 왜 대답이 없어요? 아, 잠깐만." 소년은 문득 알아차린 듯 손을 뻗었다. 소년의 체온과 맥박이 맷의 얼굴 가까이 드리워졌다. 맷의 외알안경 위로 소년의 손이 어른거렸다. "앞이 안 보여요? 이런, 죄송해요. 몰랐지 뭐예요. 음.. 미안하니까 돈은 안받고 그냥 해줄게요. 그럼 Sir, 어느쪽으로 해주는 게 좋아요?" 그러면서 소년은 맷의 손목을 잡았다. 순수하게 장애인에 대한 호의로 소년은 맷의 손목을 잡고 골목으로 안내했다. 맷은 소년에게 멍하게 이끌려 걸었다. 창녀도 남창도 숱하게 보아온 것이었지만 그가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그늘지고 으슥한 건물 뒷편으로 들어갔다. 퀘퀘한 곰팡이와 시궁창 냄새가 났다. 습한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년은 다리를 구부려 앉고 맷의 바지 단추를 풀었다. 맷은 말리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럴 틈도 없이 소년은 맷의 것을 물었다. 소년의 입안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분명히 많이 해본 모양인듯 혀와 입술로 건드리는 솜씨가 좋았다. '그'와의 첫만남이 이렇게 성적인 것이 될 수 있을 거라곤 이천년동안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맷은 흐린 숨을 토해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맷의 것이 울컥거리며 따스한 정액을 뱉어내자 소년은 그걸 오물거리더니 길에 뱉었다. 소년은 짐짓 선심쓰듯이 맷의 바지를 정리해주었다. "미안하니까 특별히 입으로, 그것도 공짜로 해줬어요. 다음번에 와서 또 공짜로 해달라고 하면 곤란해요. 뭐, 신사분께서 고작 몇푼가지고 그러실 것 같진 않지만요." 그러면서 소년은 맷의 실크햇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자신도 바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나 이제 갈 채비를 했다. 그때 맷의 손이 소년을 붙잡았다.
소년이 맷을 빤히 쳐다보았다. 맷은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것만 같았다. 생각, 생각을 해야하는데.. 모든 생각과 지식이 좀전의 정액과 함께 빠져나가버린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바로 앞에 있는데, 몇백년만에 '그'가 맷의 앞에 나타났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름은?"


먼저 움직인 것은 맷의 입술이었다. 제멋대로 튀어나온 말에 맷은 당황하면서도 소년의 반응을 기다렸다. 소년은 피식 웃었다. "제가 해주는 게 마음에 들었나봐요? 전 피터, 친구들은 피트라고 불러요. 만일 저랑 또 하고 싶으시다면 매일 일곱시 여기로 오시면 돼요." 소년은 그러고는 자신을 꾹 붙잡은 맷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놓았다. "그럼 잘 가요, 잘생긴 장님 신사분." 그가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맷은 붙잡지 못한 채 그저 멀거니 골목을 돌아 나가는 피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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