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A.D.
[맷피터]Mac and Cheese + Cherry Blossom 본문
하얀, 눈송이.
피터는 이 봄에 웬 눈인가 싶어서 잠시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좀 전보다 초점이 선명해진 시야로, 어느새 손등 위로 떨어진 하얀 눈송이가 보였다. 아니, 눈송이가 아닌 꽃잎이었다. 조그맣고 연한 분홍빛의 꽃잎은 금방이라도 다시 날아갈 것처럼 흔들리면서도, 여전히 피터에게 머물러 있었다. 피터는 손을 털어내버릴까 잠시 생각했지만, 어쩐지 그러기는 미안해서 그 자그마한 꽃잎을 살짝 손등에서 집어 바람에 흘려보냈다.
피터는 아까 보았던 꽃의 이름을 떠올리려 애썼다.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한참동안 생각하던 피터는 결국 자신이 아는 꽃의 이름 자체가 몇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렴 어떠랴, 싶어져서 피터는 원래 예정대로 좀 전에 사온 종이봉투를 열었다. 케찹과 마요네즈의 냄새가 공기 중으로 훅 피어올랐다. 피터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빅맥과 콜라는 언제나 행복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이지. 거기다가, 마천루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맛보는 거라면 더욱 더.
피터는 햄버거를 한입 베어물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삐죽삐죽 솟아오른 수많은 빌딩들은 먼지와 스모그에 거묵죽죽했다. 하지만 봄의 공기는 그마저도 봄기운에 들뜬 색으로 물들였다. 평소보다 조금 더 연하고, 조금 더 햇빛에 바랜, 그런 색깔. 피터의 시선은 어느새 빌딩숲을 지나 공원으로 향했다. 겨우내 숨죽인 갈색이던 나무들은 어느새 물기를 머금고 새순을 피워내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꽃.
호숫가 옆으로 줄지어 있는 하얀 꽃과, 꽃. 그 나무 하나하나가 마치 신부의 부케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바람이 나무 사이로 불때마다 하얀 꽃잎의 돌풍이 솟아올랐다가 천천히 가라앉으며 떨어졌다. 마치, 겨울의 눈보라처럼. 뉴욕에 이런 곳도 있었던가? 나름 토박이라고 자부하는 피터였지만, 이토록 하얀 꽃이 가득 피어난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아, 그리고 저 하얀 꽃잎은... 피터는 피식, 하고 웃었다. 좀 전에 자기 손등에 앉았던 꽃잎과 똑같은 것이었다. 그렇구나. 저 멀리서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올라왔던 거였구나.
피터는 괜히 즐거워져,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천천히 떠가는 구름조각마저도, 몽실거리는 흰 빛깔이었다. 꼭 소풍이라도 온 기분인걸. 날씨는 완벽하고, 꽃은 피었고, 햄버거는 맛있고. 피터는 콜라를 빨아들이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날에는 혼자 있는 건 그렇잖아. 피터는 몸을 감싸는 햇빛을 느끼며,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곧 그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잠깐의 기다림 후, 곧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가 피터의 이름을 불렀다. 무슨 일이야, 피터? 피터는 그 순간 작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 맷, 뭐해요?
[나? 일하지. 곧 있으면 점심시간이지만.]
-잘 됐다. 맷, 내가 지금 죽여주게 근사한 장소를 하나 발견했거든요? 거기로 올래요?
[어딘데?]
-이름은 모르는데, 어쨌든 브루클린에 있는 공원이에요.
[아.... 맞아, 이제 봄이지.]
알겠다는 듯이, 나직한 탄성과 함께 중얼거리는 맷의 말에 피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라, 맷, 내가 어디 말하는지 알아요? 엷은 맷의 웃음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울렸다.
[알지. 유명한걸. 이맘때쯤 되면 그곳 공원에 벚꽃이 잔뜩 피지. 난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장관이라고 들었어.]
아, 그렇지. 가끔 잊어버리는 것이곤 했지만, 맷은 앞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 피터의 시야를 사로잡는 저 새하얀 꽃잎의 물결을, 맷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감각에 예민해진다 하더라도, 결코 이 선명하고 눈부신 색깔들은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 피터는 괜히 말을 꺼냈나 싶어, 뒷머리를 긁었다. 그때 맷이 말했다.
[그럼, 점심시간에 거기서 볼까?]
-엇, 하지만 맷은..
[향기는 느낄 수 있잖아. 장님이라고 꽃을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니야. 그런 태도가 오히려 더 상처가 된다고, 피터.]
짓궂게 덧붙이는 한 마디. 예민한 사람이니까, 그 찰나의 머뭇거림과 주저함마저 느꼈던 것인걸까. 피터는 괜히 쑥스러워져서 피식 웃으면서도 중얼거렸다.
-치이, 입만 살아가지고.
[너한테 그런 소리는 듣기 싫은걸, 피터. 그나저나, 그럼 거기서 같이 점심 먹을까?]
-아...
피터는 문득 자기가 벌써 햄버거 하나를 먹어치웠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잠깐 멈칫했다. 아니야, 뭐, 햄버거쯤이야. 그냥 간식거리지. 피터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거기 공원 앞에서 기다릴게요.
[그래. 근데 혹시 벌써 먼저 점심 먹었는데 아닌척 하는 건 아니지?]
아, 역시 이렇다니까. 피터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도무지 이 사람에겐 거짓말은 할수가 없어. 하지만 피터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사실은 그렇긴 한데, 상관없어요. 먹긴 먹었는데 배고프거든요. 아직 전 성장기잖아요? 피터의 농담에 맷이 짧게 웃었다. 그래, 그럼 이따가 보자. 부드러운 맷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끝났다. 피터는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꽃잎의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피터는 그 속으로 뛰어들며 함께 날아올랐다.
분명히 리퀘는 그거였는데.. 걍 맛있게 맥을 먹는 피터였는데ㅋㅋㅋㅋ내가 요즘 벚꽃나오는걸 쓰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요딴 결과물이 튀어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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