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
신경쓰였다. 그의 소매에서 풀린 실오라기 하나가 무척이나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피터는 고개를 흔들며,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에, 굳이 그 상대방의 옷의 결함을 지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나 이처럼 사소한 것에- 그럴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쓰였다. 피터 길럼은 빌 헤이든의 옷소매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시선을 일부러 다른 곳에 고정했다. 빌은 느긋하게 웃으면서, 이번에 꼬시기로 마음먹은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무부의 줄리아가 관심이 있어보이더라고. 조금만 더 하면 거의 넘어올 것 같아. 그는 이미 커피를 다 마시고 담배 연기를 허공으로 내뿜고 있었다. 낮은 흑백톤의 공기속에서 하얀 연기가 힘없이 스러졌다.
피터는 빌의 시덥잖은 잡담에 엷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렇겠죠, 카사노바 씨. 이번이 몇번째던가요? 피터의 말에 빌은 검지손가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아니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피터 길럼이 나보고 카사노바라고 부르는 건 아니야. 안 그래? ..그런가요. 쓰게 웃는 피터에게 빌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군더더기라고는 없는 동작이었다. 완벽하게 매력적이고, 장난스러운, 그런 윙크.
멀리서 빌을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코니였다. 빌은 피터에게 밝은 미소를 던지며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피터의 시선은 그 미소에 머물렀다가, 옷소매로 향했다. 실오라기는 여전히 나풀나풀 공기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다지 완벽주의자도 아니고 결벽증도 없는 피터가(조금 예민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이렇게 작은 실 하나에 신경이 쓰이다니. 피터는 왜인지 생각해보다가, 곧이어 자신을 부르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나중에 생각해봐도 늦지 않겠지. 물론 그때쯤이면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상관없는 상념이니까, 미련같은 것은 없었다.
뭔가 더 쓰려다 그냥 잊어버린 글.